매년 여름, 보령 대천해수욕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인파와 펄펄 뛰는 축제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인종과 언어, 국적을 초월해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하나 되어 즐기는 보령머드축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축제’다. 그러나 최근 축제 현장을 둘러보면, 뜨거운 환호성 너머로 과거와는 사뭇 다른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바로 축제 현장 곳곳에 스며든 ‘탄소중립’과 ‘친환경’의 메시지다.
축제장 한편에 선명하게 세워진 “탄소중립 보령시, 우리가 만드는 탄소중립 실천”이라는 현수막과 다회용기 반납 부스는 이제 축제가 단순히 일탈과 유희만을 전하는 공간이 아님을 보여준다. 수많은 관람객이 음식을 즐긴 후 자연스럽게 다회용기를 반납함에 배치하는 모습은, 지구를 생각하는 작은 실천이 축제 문화의 일부로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 작지만 위대한 변화는 보령시가 지향하는 거대한 시대적 대전환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과거 보령은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화의 든든한 에너지 동력이자 핵심 축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라는 시대적 흐름과 지역경제의 위기 속에서 보령시는 안주 대신 파격적인 체질 개선을 선택했다. 지난 1월, 보령시가 시민 800여 명과 함께 선포한 ‘RE100 비전’이 그 결정적 신호탄이다.
‘바람과 햇빛, OK만세보령의 미래가 되다’라는 슬로건 아래, 보령시는 1.3GW 규모의 공공주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와 202MW 규모의 태양광 집적화단지 조성을 포함해 ‘보령형 햇빛·바람 연금’이라는 혁신적인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화석연료의 도시에서 청정에너지의 요람으로, ‘에너지그린도시’를 향한 보령의 담대한 도전이 본격화된 것이다.
세계적인 축제들은 이제 단순히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왔는가’로 평가받지 않는다. ‘얼마나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가’가 축제의 품격과 생명력을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 되었다. 보령머드축제가 머드라는 천연 자원을 활용해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듯, 이제는 바람과 햇빛이라는 자연의 선물로 축제의 에너지를 채우고 친환경 생태계를 완성해 나가는 길목에 서 있다.
축제 현장에서 다회용기 하나를 반납하는 시민과 관광객의 작은 손길은 보령시가 선포한 RE100 거대 담론의 가장 실천적인 단면이다. 거대한 해상풍력 날개가 돌고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담아내듯, 보령의 축제 역시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품으며 진화하고 있다.
머드로 하나 되던 축제의 열기가 이제 청정에너지와 친환경 실천이라는 매개체를 타고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바람과 햇빛으로 미래를 여는 보령시의 선구적인 발걸음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축제가 나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친환경 그린 축제’의 모범 답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